소소한 일상

가을이 오면

산내들.. 2009. 9. 13. 14:54

'가을이 오면'

 

 

 

 

여름 가고 가을이 오면
난 항상 고향 마을 그 곳을 생각하지.  
돌담길 옆 주홍색 감이 주저리 열리고
개울 뒷편 알밤송이 터지는 소리에
동네 꼬마 무리지어 재잘대면
아들찾는 어머니 고함소리 메아리되어
어느새 계절도 저만치 가을과 함께 영근다.

 

여름 가고 가을이 오면
난 항상 어릴적 골목길을 생각하지.  
물동이 머리인 어머니와 꼴망태 둘러맨 형과
황소 앞세워 쟁기 지개진 아버지 모습이 보이고
찌그러진 깡통 소리에 사방에 흩어져 숨어버린 우리들
씨근대며 깡통 줍는 술래의 화난 얼굴이
가을 골목길에 해그름이 저문다.

 

여름 가고 가을이 오면
난 항상 젊은 고향 시절을 생각하지
뿌연 달빛이 가득한 잔디 마답은 유일한 동네 카페
넉넉한 이웃형과 누나들와 동생들의 모습이 있고 
통기타 소리 저편에 나직한 속삭임도 들린다. 
지금은 모두 떠나고 잊혀진 그때 그 사람들이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그 곳에 마음이 머문다.

 

여름 가고 가을이 오면 
난 항상 도시의 저녁 술 뜰에서 고향을 생각하지.  
얘기 벗 고향은 달라도 옛날 고무신 모습이 똑 같아
삶의 너울 벗어 던진채 그곳으로 한없이 달려가네.  
보슬비 황금들녁 산기슭 머루 다래 으름덩쿨속 
술잔에 고즈넉히 고향 마을이 보이고
풍요로운 가을이 그리움되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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