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벌초날

산내들.. 2009. 9. 15. 12:33

'벌초날'

 

 

 

 

벌초는 묘소를 정리하는 과정의 하나로,

조상의 묘를 가능한 한 단정하고 깨끗이 유지하기 위한

후손들의 정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봄, 가을에 하는데, 봄에는 한식을 전후해서 벌초를 하고

가을에는 추석 성묘를 전후해서 실시한다.
전통적으로 묘소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하여

벌초에 많은 신경들을 써왔다.
하지만 장기간 자손들이 돌보지 않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무덤이 있는데

이를 골총이라 한다.
벌초는 음력으로는 8월 1일을 기준으로 한다.
이 시기에는 밤 동안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서 풀잎에 이슬이 맺히므로

더이상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는 절기 백로가 조금 지난 무렵이다.

 

 

 

 

 

 

 

 

 

 

 

 

 

예전 시골집에는 소가 한 두마리 있었다.
요즘은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구가 있어 소를 대신해 편리하게 농사를 짓지만

그 당시 소는 농사일을 도 맡아했던 큰 일꾼이다.
소는 덩치 만큼이나 먹이를 많이 먹는다.
요즘이야 가공된 사료를 먹이므로 일손이 필요없지만 그때는 소풀(소의사료)베는일이

하루 일과였다.
그래서 시골 아이들은 방과후 소풀을 베거나 소를 몰고 나가 소에게 풀을 뜯기느라

낮에는 공부할 시간도 없었다.
그 덕분에 야산 묘소들의 무성한 풀이 소 먹잇감으로 모두 사라져 언제나 깨끗하다.
벌초때면 힘들이지 않고 그 많든 조상님의 묘를 낫 하나만으로도 쉽게 끝내고

햇 알밤을 줍거나 버섯을 채취하며 머루, 으름도 따서 먹는 등

헤어져 있던 친척들과 오붓하게 예기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시골은 소와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산소들은 잡초 무성한 숲으로 변해

예초기로도 벌초하기 힘들어 졌다.
벌초날이면 조용하던 동네길이 자동차 움직임으로 분주하고 예초기소리가

이산 저산에서 요란하게 들려온다.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던 옛 사람끼리

서로의 차속에서 고개만 꾸벅이고 급히 떠난 도로에는 자동차로 꽉 막혀있다.
기계화로 편리해진 문화생활이지만 그에 따른 우리들의 반 기계화 된 모습이

더러는 안타까울때가 있다.
벌초를 남에게 맡기거나 하지않는 사람보다,

조상묘를 찾는 사람은 그래도 여유있는 사람일 것이다.

 

 

 

 

 

 

 

 

 

벌초를 할때는 긴소매의 옷에 자극성있는 화장을 피하고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낫이나 예초기 등을 다룰때는 주위 사람들과 충분한 간격을 두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소한 일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휠리스 신발  (0) 2009.11.23
점촌 장날  (0) 2009.09.23
가을이 오면   (0) 2009.09.13
호박꽃  (0) 2009.08.07
냉장고가 없던 시절  (0)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