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물동이'
샘물!!..
예전엔
마을에 수도물이 없었습니다.
백화대 큰 웃샘에서 물을 길러왔지요.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날이나
땡볕 내리쬐는 여름 날에도 한결같이
물동이 머리에 인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길을 오고 갔습니다.
난 어릴땐 몰랐습니다.
그 물동이가 그렇게 무거운 줄은
물 한방울 넘칠까 바가지 띄워놓고
이마위로 흐르는 물을 손 바닥으로 훔쳐내며
어머니는 그렇게 일년 열 두달을
한없이 그 길로 오르 내렸습니다.
생기면 낳았던 박주렁 같은 자식들과
닭과 돼지, 소와 개에게 먹일 맑은 샘물이
항상 단지와 가마솥에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난 어린 시절을 생각 합니다.
추운 겨울날 미끄러운 길에 넘어져
물동이 깨지고 다치신 어머니.
여름날 먹을 물로 물총 놀이를 하며 놀다가
싸리 빗자루로 두들겨 맞던 일.
가을날 감나무의 홍시 돌 팔매질에
골목길 지나던 어머니 물동이를 깨고
친구들과 도망치던 일들을...
그래도 어떤날은 어머니와 함께
웃샘 구기자 나무밑에 나는 약물과
동산아래 시리도록 차가운 앞샘물을
찌그러진 주전자에 떠 오기도 했습니다.
앞샘물은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에
우리 솥골 동네의 큰 자랑거리 였지요.
지금에 생각해 봅니다.
40년전 어머니와 물동이는
힘들고 가난한 삶을 같이했던
잊힐리 없는 운명과 같은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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