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솥골(소계동/정리/鼎里)의 백화대

산내들.. 2007. 11. 28. 11:53

 

 

 

 

 

'나는 소계동(솥골)의 백화대랍니다'

 

 

봄이 오면 메마른 앙상한 나뭇가지도 새 순이 돋습니다.
파란가지에 물이 오르면  버들강아지 하얀 솜을 틀고
얼음 녹은 물속에는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입을 뗍니다.
성주때기서 뻐국이 울때면 세모산에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한겨울 얼어 붙었던 내 긴 개울에도 하얀 물결의 설레임으로 가득합니다.

 

 

한여름 풀벌레소리 그치지 않는 푸른 내 뜰에 밤이오면
별빛 내려와 앉은 곳에 가재들의 속삭임과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살지않던 그 아득한 옛날부터 이곳에서
헤일 수 없이 많은 사계절을 보고 지나왔습니다.
새울고 꽃이피는 아름다움 속에도 천둥과 홍수에 내 몸이 찢기울때도 있었습니다.

 

 

언제인가 사람들이 내 뜰 아래녘에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외롭지 않았답니다.
어느 가을날 머루와 다래랑 으름이 풍요롭게 익을때면
철부지 아이들이 소를 몰고 떼지어 찾아와 맛있게 따 먹었습니다.
난 항상 그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마냥 행복 했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콘크리트 회색 도시로 떠났답니다.
하기야 그들이 이 마을에 살때에도 어떤 아랫담과 중담 아이들은
내 뜰에 한번도 찾아와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고향에 아름다운 백화대 계곡을 알지 못 합니다.
웰빙의 모든것이 여기에 있다는 것도 알리 없을 거구요.

 

 

먼 훗날에 사람들이 소태나무와 차조기풀의 소계동(솥골)을 떠나고 없어도
지구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난 이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옛일을 생각하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그들과 흙이된 그들의 조상들과 함께 말입니다.

 

 

지금은 물봉선이 아름답게 피어나 내 뜰에 향긋한 꽃내음을 풍겨줍니다.
곧 이어 이곳에 하얀 겨울이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면
나는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외로움을 실은 휘바람 소리를 들을 겁니다.

 

 

 

011-6.swf
0.65MB

'소소한 일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타리  (0) 2007.12.19
솥골 향우회  (0) 2007.12.03
어머니와 물동이  (0) 2007.11.29
젊은 날의 초상 (구랑리 간이역)  (0) 2007.11.29
저무는 이 가을날에...  (0) 2007.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