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솥골 겨울철 놀이 (정월대보름)

산내들.. 2012. 2. 6. 21:06

'옛 솥골의 겨울철 놀이'  

 

 

 

 

 

 

 

 

 

정월대보름은 우리 민족 명절 중의 하나이다.
율력서에는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 한다.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정월대보름 무렵이면 솥골 동네는 치가리 도랑을 경계로 
큰 도랑까지 넓은 밭때기를 놀이터로 삼아
새터(바깥솥골) 동네 아이들과 깡통불 돌리며 쥐불싸움을 했고,
띠실 동네는 소야교를 경계로 오천동네 아이들과 편을 갈라서
정월 대보름 며칠전부터 밤마다 신나는 쥐불놀이를 했었다.
어떤때는 깡통불이 꺼지거나 새터 아이들이 쳐들어 오면 
돌멩이를 집어 던져 머리를 다치는 일도 벌어졌는데,
그때는 이웃 동네와 아무런 감정도 어떤 이유도 없이
밤마다 그 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대보름 전날인 음력 14일과 당일에는 여러 가지 풍습들이 행하여진다.
전날은 사랑방에 모여앉아 묵내기 화투와 닭서리 등을 하며 밤샘을 했다.
잠자리에 들면 어김없이 다음날 아침에는 눈섭이 밀가루칠로 하얗게 된다.
새벽이면 귀밝기술에 호두와 밤으로 부름깨물고 이웃집에 다니며 더위팔기를 한다. 

 

 

 

 

 

 

 

 


오곡밥인 찰밥에는 감껍데기나 밤을 넣어 단맛에 감칠맛이 있었고 
저녁에는 얼기미채에 찰밥을 얻어 딛딜방앗간에 걸터 앉아 먹기도 하며 
설날에 이어서 정월대보름부터 보름뒤인 이월초하루까지는 실컷 놀았다.
그 당시는 동네 청년들이 깽마구(괭과리) 치고 상모를 돌려가며
집집마다 한바탕 놀고 나면 곡식이나 돈으로 복비를 받았는데
어린 우리들은 그 모습이 즐거워 마냥 따라 다녔던 생각이 난다. 

 

 

 

 

 

 

 

 

 

정월 대보름에는
동네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동제(고사)를 청룡산 산지당에서 지냈으며
그 당시 산지당과 앞동산(지씨묘)에는 큰 소나무가 빽빽히 우거져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소나무 우거진 앞동산이 우리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다.
주로 넓은 묘지의 망부석에 올라타고 놀았기에 돌머리쪽돌이 반질반질 했다.

 

 

 

 

 

 

 

 

겨울이 되면 항구산 아이들은 송아지 미뻘(묘역)에서 찐볼(야구)놀이를,
아랫담은 주로 앞동산 미뻘에서 고상박기나 말타기를 하고 놀았으며
소죽썰때가 되면 아이들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온 동네를 메아리 쳤다.
골목에서는 때기치기며 잣치기, 숨바꼭질, 깡통차기, 궁기놀이를 했고
도랑에서의 썰매(수갯또)타기와 밭때기에서는 연날리기 등을 하며 놀았는데 
구슬놀이의 쇠다마, 댕까, 덜공, 핫간사꾸, 두댓빵 등의 그 당시 낱말들이 정겹다.

 

 

 

 

 

 

 

 


지금 생각해 보면 -
박박머리에 콧물닦은 옷소매가 반질거리는 다 헤진 옷을 입고
철없이 뛰놀던 검정고무신의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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