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절기상으로는 초여름의 소만을 맞는다. 소만은 산야가 온통 푸른 빛을 띠며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警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綠陰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貧寒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이 즈음의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나의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