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겨와 사과

산내들.. 2008. 9. 4. 11:36

'겨와 사과'

 

 

 

 

어린 시절에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한뼘정도 산골 논두렁에서 추수한 쌀이 이듬해 봄이되면 바닥이 나고

아직 언덕빼기 밭에서 익어가는 보리는 수확하기 전이기에 먹을 양식이 없다.

그래서 4~5월에는 깊은산에서 산나물을 채취하여 나물밥을 주식으로 한 두달을 견디어 나갔다.

요즘에는 무공해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때 그시절에는 당가루 개떡과 함께 죽을 맛이었다.

당겨는 방앗간에서 밀, 보리, 쌀 등의 알맹이 겉 부분이 갈려진 가루(현미)이므로

요즘들어 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건강식품으로 손 꼽힌다.

 

 

대부분의 시골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 했기 때문에 돈을 모르고 살았으며 또한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고무신, 고등어 등 필요한 생필품들은 시골의 5일장에 나가 농산물과 물물교환하여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당시에는 마을마다 과수원이 한, 두집 정도 있었으며 그 집들은  대부분 부잣집이었다.

6월이 오면 왕겨나 당가루 한대박을 가져가서 낙과 또는 접과된 설 익은 사과와 바꾸어 먹었는데

어떤 아이들은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나기도 했다.

과수원집에서는 개떡의 재료인 당가루를 돼지 사료로 썼다.

이제 아들 딸, 주렁주렁 함께살며 어려움을 견디던 시골은  아이들 소리 들리지 않고

늙으신 부모님 모습 드리워진 가을 들녁에는 탐스러운 사과만이 가을빛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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